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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소년 이산, 스물다섯 정조를 만나다

책누리 2025. 4. 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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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덕분에 우연히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고 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내용은 잘 모르겠다며 나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했다.
"엄마도 분명 재미있어할 것 같아"라는 말에 슬쩍 펼쳐 본 책은 뜻밖에도 무척 흥미로웠다.

읽기 시작하자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역사라는 주제는 늘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지만, 이 책은 달랐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감정선도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줄거리 요약

주인공은 열한 살의 이산이다.
훗날 조선의 임금, 정조가 되는 인물이다.
소년 이산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겪은 후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낮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그의 유일한 위로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쓰는 일기장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낯선 인물이 나타난다.
바로 스물다섯 살이 된 ‘자신’이다.
미래의 정조가 열한 살의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존현각의 책장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시간의 문이 열린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며, 각자의 시간을 나누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책을 통해 떠오른 생각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은 장면은 경희궁 승정전에서의 즉위식이다.
스물다섯 정조는 면류관을 쓰고 곤룡포를 입은 채 신하들 앞에 선다.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 모습은 어린 이산의 눈에도 너무나 멋지고 의연하게 보인다.

소년 이산은 그 당당한 자신을 보며 다짐하게 된다.
"내가 크면 너처럼 이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스물다섯의 정조는 열한 살의 산에게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건네고,
소년은 책을 통해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점점 성장한다.

시간의 책장은 닫히고 다시는 서로를 만날 수 없게 되지만,
소년 이산은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언젠가 다시 만날 스물다섯의 자신이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조의 삶, 그 이면을 들여다보다

정조를 이야기할 때면 늘 ‘비극적인 삶’ 혹은 ‘개혁 군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시간의 책장』은 그 수식어 이전에 ‘사람 정조’에 집중한다.
존현각이라는 공간은 그에게 책을 읽고, 두려움과 싸우고,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중요한 장소였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역사 속 실존 인물과의 상상 속 대화를 통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다.
누구나 마음속에 어린 시절의 자신이 있고, 그 아이는 지금의 나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언젠가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와서 말할 것이다.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초등 고학년에게 추천

『시간의 책장』은 초등 고학년 이상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따뜻함과 깊이는 어른에게도 충분히 와닿는다.
역사가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에도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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