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사 달라"는 아이, 그리고 생명장난감 엄마
지난주 아이가 논술 수업을 다녀온 뒤, 친구들이 모두 『엄마 사용법』이라는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읽고 싶다고 말했다. 책을 직접 읽고 나서 너무 재미있다며 내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아이가 그 정도로 재미있다고 하니, 나도 자연스럽게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엄마를 어떻게 사용한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엄마를 설명서처럼 사용하는 이야기일까?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책의 첫 문장부터 "오잉?"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엄마가 없나? 왜 엄마가 없지? 혹시 이 책 속 세상엔 엄마가 없는 나라가 배경일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책에 빠져들었다.
책은 '생명장난감'이라는 생소한 단어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엄마 배달’, ‘마음을 배운 고릴라’, ‘파란 사냥꾼’, ‘엄마 사용법’ 등 챕터 제목만 봐서는 전개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신선하고 독특하다. 엄마를 주제로 한 동화이지만 상상력과 철학이 어우러진, 아이는 물론 어른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주인공은 '현수'라는 아이이다. 현수는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다. 현수는 아빠에게 엄마를 사 달라고 말한다.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실제로 집안일도 하고, 말도 하고, 감정을 갖는 생명장난감 엄마를 말이다. 아빠는 처음엔 반대하지만, 결국 현수에게 생명장난감 엄마를 사 주게 된다.
이 생명장난감 엄마는 포장을 뜯고 설명서대로 조립해야 작동된다. 현수는 직접 설명서를 읽고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하며 엄마를 만든다. 그렇게 탄생한 ‘엄마’는 외형적으로는 완전한 엄마처럼 보이지만, 현수가 기대했던 따뜻한 엄마의 모습은 아니었다. 밥을 차리고, 청소를 하고, 말은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아이를 사랑하고 안아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일—은 하지 않았다.
현수는 엄마에게 점점 서운함을 느낀다. 단지 기능적으로만 작동하는 엄마는 차갑고 기계적이었다. 그는 엄마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치기 시작한다. "안아 줘", "사랑한다고 말해 줘", "같이 구름을 봐 줘" 같은 말들을 통해 엄마를 변화시키려 한다.
엄마는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차차 현수가 원하는 감정 표현을 배우기 시작한다. 함께 요리하고, 그림을 그리고, 산책을 하며 교감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진짜 가족이란 단순히 ‘같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성장하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다.
아이의 시선으로 본 진짜 가족의 의미
『엄마 사용법』은 단순한 어린이 동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가족의 존재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엄마를 기능적으로 소비하려는 듯한 초반 전개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비춘다. 바쁜 현실 속에서 엄마라는 존재가 ‘밥 해주는 사람’, ‘집안일 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은 그 인식에 강한 의문을 던진다.
현수가 엄마를 통해 배우는 것은 단순한 의존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가르치고 노력하며, 엄마와의 관계를 조금씩 바꿔간다. 이 과정은 어린아이로서는 성숙한 성장의 시작이다. 독자로서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책은 어른 독자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가족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가? 아이에게, 부모에게, 배우자에게 진심을 전하고 있는가?
책을 읽고 나서, 나와 아이의 대화
책을 덮고 나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현수는 어떤 엄마를 원했을까?", "진짜 가족이란 어떤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이는 "현수처럼 나도 가끔 엄마가 말 안 해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도 모르게 기능적인 엄마로만 행동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책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 그 이상이었다. 아이와의 관계, 그리고 가족이라는 개념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요즘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엄마도, 가족도 설명서가 아닌 마음으로 완성된다
『엄마 사용법』은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현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족 간의 사랑, 이해, 표현은 설명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누는 경험들이 쌓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 책은 아이에게는 감정 교육의 훌륭한 도구가 되고, 어른에게는 가정 안의 역할과 소통 방식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조립으로 만들어진 엄마가 점차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도 '진짜 가족'이 되는 길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다.
책장을 덮는 순간, 현수의 엄마처럼 나도 조금 더 따뜻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단순한 동화를 넘어서 삶에 울림을 주는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보길 진심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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